강원대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7시간째 차례를 기다리던 70대 환자가 결국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실한 지역 응급의료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5개 시·군이 응급의료취약지에 해당할 정도로 의료기관이 적어 주민들이 위급한 시기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체계와 주민들의 긴급한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응급실, 이를 뒷받침하는 병원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역 차원의 대책이 없어 주민들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문제점과 대안을 짚는다
18일 춘천경찰서와 강원대병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원대병원에서 사망한 A(74)씨는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갈비뼈 골절로 흉부외과에 입원한 뒤 또다시 응급실에 방문했음에도 증상이 두통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경증'환자로 분류됐고 응급실에서 7시간째 기다리다 숨졌다. 환자가 대기 중 이름이 불린 상황에서 응답하지 않는 등, 증상 악화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환자의 중증도 재분류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만성적인 응급의료 현장의 인력난과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되는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이 있다. 숨진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응급실에는 환자 약 19명이 치료를 받거나 기다리고 있는 등 복잡한 상황이었으나 강원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전문의는 단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월 강원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1명이 사직하면서 응급의학과 교수가 4명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최근 각 지역에서 의사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젊은 의사들을 배치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간호인력 역시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대기 중인 환자들을 모니터링하고, 확인할 만한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책임은?
경상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도 차원에서 지역의 응급실 상황을 파악, 중증 환자를 적절한 응급실로 이송하는 컨트롤타워를 가동하고 있다. '응급의료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대원과 지역 병원 및 의사들과 실시간으로 협의, 환자 상태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선정해 환자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하거나 중증환자가 특정병원의 응급실에 몰려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강원자치도의 경우 이와 같은 시스템이 없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환자를 분류하고, 중증환자 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조치가 이뤄지기 않고 있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각 지역 응급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책임의료기관에 환자를 분산하고, 지역 환자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민문기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반면 병원은 없어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우선 지역 응급실의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환자를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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